여행 1일 차. 10월 28일.

오늘부터 실질적인 여행기다.

우리 늙은 초보 배낭부부는 오늘부터 무식하고 겁나게 여행을 떠난다.

우리 부부는 여행지에 관한 책 한 권  없이 무모하고 무식하게 떠난다.

다만 갈 곳의 도시 지도 하나는 구글을 이용하여 복사하여 떠난다.

빈 여백으로 떠나야 더 많은 것을 채워 올 수 있기 때문이다.

내 손이 비어야 더 많은 것을 움켜쥘 수 있기 때문이다.

인천공항발 10시 35분 하노이 노이바이행 베트남 항공.

어제 저녁 뉴스에 짙은 안개가 예상되어 항공기 이착륙이 어렵다고 한다.

아~~ 1년을 기다린 여행인데 어쩌란 말이냐~~

우리가 타고 갈 베트남 항공의 비행기가 보인다.

그런데 공항에 도착하니 날씨가 쨍~~ 울랄라? 비행기가 아니라 인공위성도 띄우겠네....

그러나 비행기는 예정시각에 정확히 이륙을 하여 하노이 현지시각 오후 12시 50분에 노이바이 공항에 도착을 한다.

우리나라와는 2시간의 시차로 오후 2시 50분이다.

짐은 처음에 호도협 트레킹을 위해 둘이서 배낭 하나씩 가져가기로 했으나 추운 곳과 더운 곳을 모두 다녀야 하기에

부득히 캐리어를 하나 더 가져가기로 하고 인천공항에서 화물로 보냈는데 바로 쿤밍공항에서 찾으면 된다.

여름 옷이 담긴 캐리어를 쿤밍에 맡겨놓고 윈난성 여행을 떠나기로 하고 쿤밍에 있는 한국인 게스트 하우스를

베이스 캠프로 삼는다.

한국인 게스트 하우스를 정한 이유는 중국은 배낭여행이 처음이라 정보도 얻고 짐을 보관하기 위함이다.

인천공항에서 미리 체크인을 할 때 미소를 듬뿍 머금고 직원에게 비상구 문쪽의 자리를 부탁을 했다.

영어도 베트남 말도 필요없이 우리말로 유창하게 부탁했다.

이 자리가 그래도 다리를 쭉 뻗고 갈 수 있어 다른 좌석에 비해 겁나게 넓고 편안하다.

약 4시간 반 정도의 비행시간에 다리를 펴지도 못하고 가면 그것은 고문을 받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데 바로 앞자리에 화장실이 있어....

본의 아니게 공연히 화장실 출입을 하는 사람들을 조사하게 된다.

너무 자주 드나드는 베트남 임산부와 눈인사도 나누며 간다.

비행기에서 화장실 드나드는 베트남 여성과 눈인사를 하며 여행을 하게 되다니.... 나 원 참!

죄성합니다. 자리가 그래서....

그래도 그 여자는 임신을 하고 친정집에 다니러 가니 얼마나 행복할까?

젊은 새댁이 제일 행복해 하는 시간이 친정집에 나들이 가는 일임을 남자들은 알아야 한다.

그러나 연식이 지나면 친정집에 다녀오라고 해도 집이 좋단다.

기내식은 작년과는 다르다.

이번에는 실수하지 않고 메뉴판 뒷장부터 펴서 우리말로 각각 하나씩 시켜 먹는다.

작년에 앞장에 써있는 베트남 글을 보고 식겁했던 기억이 새롭다.

빵이 따끈하여 하나 더 달라고 하여 먹는다.

배낭여행자의 첫번 째 덕목은 쾌변이요, 두번 째 덕목은 먹을 수 있을 때 최대한 든든하게 먹어 두는 일이다.

추가요금이 없는 것과 무료로 제공되는 것들은 최대한 챙긴다.

여행의 즐거움은 바로 아무거나 잘먹고 다니며 체력을 유지하는 일에서 시작된다. 

이제부터 이곳 하노이 노이바이 공항에서 오후 5시 50분에 출발하는 쿤밍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버텨야 한다.

환승을 위해 출국신고를 하는 곳 까지 나오면 출국 심사대 왼편에 환승객을 위한 안내문이 한글로 적혀있다.

대기시간도 짧고 어짜피 보름 후에는 이곳 하노이로 다시 와야 하기에 그냥 공항에서 버티기로 했다.

그동안 백수생활을 하며 갈고 닦은 버티기작전.... 누구에게도 지지않을 자신이 있다.

오늘 그동안 쌓은 내공을 발휘할 모처럼의 기회다.

오른쪽이 하노이공항 입국심사를 받기위해 줄을 선 모습이고 사진 찍은 위치가 환승 카운터로 이곳에서 쿤밍행 좌석

배정을 받고 식권을 받아야 한다.

앞에 보이는 계단으로 올라가면 3층 출국장 대기실이 있어 들어가면 식권때문에 다시 나올 수 없다.

무료로 제공되는 밥도 사양하지 말고 찾아서 먹자.

식권으로 받아 공항 3층으로 올라가면 식당이 딱 하나가 있어 헤맬 이유가 없다.

방금 비행기에서 점심을 먹었기에 운동삼아 공항을 누비고 다닌다.

사람이 무료하면 어진 사람은 책을 읽고 사색을 하나 어리석은 사람은 휴지통도 툭툭 건드리며 기웃거리며 다닌다.

佳人은 물론 후자에 속할 뿐 아니라 의자 까지도 걷어차 본다.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탈 때 얻은 신문을 광고까지 다 읽어도...... 

연꽃은 베트남의 상징이며 베트남항공의 상징이다.

베트남 마지막 왕조인 응우웬 왕조의 뜨득황제는 연꽃을 그리 좋아했다는데....

이곳에서 연꽃의 꽃말은 "당신을 생각하느라고 잠을 이룰 수 없습니다."라고 한다.

그는 제일 긴 35년간 재위하면서 늘 몸이 아파 평생을 골골거리며 살았단다. 

후궁을 딱 100명만 거느리고....

그대 왜 아펐는지 아시겠는가? 연꽃 때문이라네.... 착한 어린이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100명의 여인을 생각하느라고 잠을 이룰 수 없었다고?

그래.... 매 식사 때마다  50가지가 넘는 기름진 음식만 먹고 여인들만 생각하고 죽어서 제대로 된 무덤 하나 없이

공갈 묘 하나 만들어 놓고 계시니 행복하신가?

글을 쓰고 있는 오늘..

우리 부부는 집 근처에 있는 산에 산책을 다녀왔다.

한달 전 무성했던 잎사귀들은 모두 떨어져 숲 길이 온통 낙엽으로 뒤덮여 버렸다.

떨어진 낙엽을 보면 구르몽이라는 시인은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발자국 소리가..."라고 시상을 떠올리고, 

이브 몽땅은 마른 잎이라는 "枯葉"이라는 노래를 불렀다.

그러나 울마눌님은 떨어져 뒹구는 낙엽을 보고 "저 갈비를 긁어다 밥을 지었으면 좋겠다"고 하신다.

佳人은 "그 갈비를 긁어 밥을 지은 방에 누워 등어리나 지지면 좋겠다."고 했다.

이게 후자에 속한 우리 부부의 한계다.  전혀 예술적이지도 못하고 감성적이지도 못하다. 

이런 메마른 정서를 가진 우리 부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살아남아야 한다.

보름 후 이곳으로 다시와 17번 시내버스를 타기 위해서는 소액을 환전해야 한다.

호치민 공항은 출국장 대기실에도 환전소가 있는 데 이곳 하노이는 환전소가 밖으로 나가야만 된다.

그래서 몇 개 되지도 않은 가게를 돌며 부탁을 했으나....

그런데 한 곳....

바로 책을 파는 가게에서 환전이 된다. 좋은 환전율은 아니지만 1불에 18.000동으로 10불 환전에 성공했다.

심심하기도 하고 하여 서점의 아가씨와 이야기도 해 본다.

공항 출발 하노이 시내로 가는 17번 버스 막차시간이 10시 30분이란다.

그 아가씨 집이 바로 버스 종점인 롱비엔이란다.

쿤밍에서 하노이로 올 때 도착시간이 밤 9시 30분이라 트렁크를 화물로 보내지 말고 기내에 들고 들어가 도착하면

냅다 들고 뛰라고 귀뜸까지 해 준다.

공항으로 가는 첫 차는 롱비엔 정류장에서 새벽 5시 30분에 출발한다고 한다.

현지시간 3시 30분 경 3층 식당에서 제공받은 무료쿠폰으로 베트남 쌀국수를 먹는다.

물론 커피나 음료수 한 가지 까지 덤으로 무료로 제공된다.

20.000원 내고 Add on을 한 덕분에 식사 한 끼 더 무료로 제공받는다.

이 정도면 밥값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무료라서 그런가? 지금까지 먹은 쌀국수 중 제일 맛있게 먹었다.

베트남 항공아~ 쿤밍 갈 때 기내에서 기내식을 또 줄꺼지?

물을 달라고 하면 아예 500ml 생수를 한 병 준다.

가마우지도 가끔 주인 마님의 손에 이끌려 세상구경을 한다.

은퇴한 백수 가마우지의 화려한 외출...

오늘부터 시작이다.

예전에 있던 2층 흡연실은 폐쇄가 되고 발마사지장으로 공사중이라 3층 흡연실을 오르내리며 운동삼아 돌아 다닌다.

혹시 저기 있는 작은 비행기가 쿤밍가는 비행기가 아닐까?

아니나 다를까? 바로 그 비행기다.

아주 작은 70인승 바로 저 녀석....

이제 하노이를 떠나니 내일부터는 중국 윈난성 여행기가 되기에 중국방으로 이사를 가야 한다.

Add on을 하고 다시 하노이로 들어와 입국을 하게되면 공항세 명목으로 요금이 추가된다.

그러나 스톱오버를 하게되면 비행기 요금에 포함되어 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 세상에 사랑이 없다면 그것은 빛이 없는 세상입니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힘은 사랑의 힘입니다.

                            사랑이 없다면 희망도 꿈도 없습니다.

                            그러나 사랑은 아픕니다.

                            우리에게 희생을 요구합니다.

                            그 이유는 전에는 알지 못했던 것들을 하나하나씩 새롭게 알아가기 때문입니다.

                            사랑은 우리 영혼을 한층 윤택하게 만듭니다.

                            새로운 세상을 보여줍니다.

                            때문에 우리는 무식하고 겁나게 사랑하고 살아야 합니다. 

                            여행을 사랑하는 사람도 겁나고 무식하게 떠나야 합니다.

                            이제 우리 부부는 중국 윈난성과 베트남 그리고 방콕으로 겁나고 무식하게 떠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