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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천지"
그렇게 불리는 중문의 어느 바닷가 풍경입니다.
서귀포항 근처에 있는 제주대학교 연수원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소로 길을 따라 해안으로 내려가면 떡하니 자리잡고 있는 소천지는
작은 천지라고 불릴만한 풍경을 지니고 있어 사진을 찍는 사람들에겐 좋은 포인트로 알려진 곳입니다.
멀리 구름이 이마를 가리고 있는 한라산과 소천지의 풍경이 잘 어우러질 풍경이었으면 참 좋았을텐데..
언젠가 인터넷에서 본 사진 중에 소천지에 비친 한라산의 반영이 참 아름다워서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풍경사진이라는 것 자체가 날씨와 하늘이 내려주는 빛이 없이는 이뤄지기 어려운 게 아니겠습니까?

오늘은 그저 이런 곳을 찾아올 수 있었다는 것 만으로도 감사드립니다.



그렇게 얼렁뚱땅 소천지 풍경을 담고서 다시 차를 몰아 중문으로 향합니다.
가는 길에 감귤을 파는 가게들이 길가에 유독 많이 보입니다.
제주에서도 북쪽 보다는 서귀포와 중문사이의 남동쪽에 감귤농장이 많아서 그렇다고 하네요.
이번에 찾을 천제연폭포는 중문단지 안에 있는 폭포입니다. 이름이 비슷한 천지연 폭포는 서귀포에 있지요.
천제연폭포는 제1폭포부터 제3폭포까지 있는데 1폭포는 비가 많이 와야만 제대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사진촬영은 2폭포가 제격입니다.



천제연 3폭포 쪽으로 가다보니 아주 멋지게 생긴 아치형 다리가 눈에 띕니다.
그 다리위에 올라서면 멀리 한라산이 폭포와 어우러지는 풍경이 연출되구요,
반대편으로 시선을 돌리면 멀리 제주의 남쪽 바다와 어우러진 풍경을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벌써 시간이 해질 무렵이 다 되어갑니다. 서둘러 일몰 포인트를 찾으러 가야겠습니다.



처음엔 모슬포 항에서 일몰촬영을 하기로 했지만, 막상 모슬포항에 도착해보니
방파제도 높고 배들이 크기도 크고해서 아기자기한 일몰을 담기는 힘들어 보였습니다.
그래서 차귀도 방면으로 해안선을 따라 올라가보기로 합니다.
돌담으로 방파제를 쌓은 조그마한 어촌 마을을 머리 속에 그리며 갑니다.
그러다가 발견한 곳은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부근의 한 해변이었습니다.



작은 어촌 풍경은 아니지만, 바다로 흘러드는 폭포수를 느린 셔터로 담아볼 수 있어 색다른 느낌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과 일몰이 잘 어울립니다.



이번엔 어안렌즈로 한번 담아봅니다.
어안렌즈는 워낙 화각이 넓다보니 화면 안에 여러피사체가 아주 다양하게 들어오기 마련이고
그러다보니 노출값을 맞추기가 아주 까다롭습니다.
특히 일출 일몰은 정말 어렵기 때문에 브라켓 촬영을 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사실 폭포수처럼 내려오는 물줄기는 해안가에 자리잡은 양어장에서 나오는 물입니다.
그 양이 너무 많다보니 폭포수처럼 보이는거구요... 또 그 물에 먹이와 남은 찌꺼기 등이 많아서
물이 유입되는 바닷가에는 고기들이 많이 모이게되어 낚시를 즐기는 사람도 늘 많다고 합니다.
어찌되었건 사진찍기는 참 멋진 곳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일몰을 담기에 여념이 없다보니 해가 지고 어두워진 줄도 몰랐습니다.
일행들과 같이 다시 중문쪽으로 향합니다. 롯데호텔의 야경을 찍기 위해서랍니다.
롯데호텔엔 조명이 예쁜 네덜란드 풍차가 있는 걸 다들 아시죠?




야외에선 바베큐와 음료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조금 이른 시간이었는지 문을 열지는 않았습니다.
사실 그냥 사진만 찍고 가려니 조금 뻘쭘하긴 하더군요. 식당이 문을 열었으면 맥주라도 한 잔씩 할 수 있었을텐데 말이죠.
그렇게 바쁘게 하루를 마치고 제주시로 들어오며, 제주의 명물 흑돼지요리를 먹기로 합니다
새벽부터 일어나 밤 늦도록 사진만 찍으려니 그것도 힘든 일입니다. ^^;
그래도 모든 것을 잊고 마음 맞는 사람들과 좋아하는 사진만 며칠씩 찍으러 다닐 수 있다는 게 어딥니까?

10시가 넘어 숙소에 도착했습니다.
야외에서 캔맥주로 이야기 꽃을 피우다 싸늘해진 밤공기도 그렇고 내일 아침에도 일출을 찍으러 일찍 나가야 하기 때문에 잠자리에 들기로 합니다.



새벽 5시 30분 모두 일어나 짐을 챙겨 차에 싣습니다. 오늘이 제주의 마지막 날이기 때문입니다.
어제 찍으려다 못찍은 행원리 풍력발전단지로 다시 가봅니다. 기필코 포인트를 찾아서 찍으려고 말입니다.
밤새 내린 이슬로 푹 젖은 가시밭길을 헤치고 오른 낮은 언덕. 아무리 봐도 멋진 장면이 만들어지질 않습니다.




결국 다시 바닷가로 향합니다.
"많은 바람개비를 담기보다 한 두개만 잘 담아보자" 라고 마음먹고  바닷물이 제법 많이 고인 곳을 찾아 삼각대를 폈습니다.
떠오르는 태양과 반영이 그래도 제법 그럴싸 합니다.
두 번의 아침을 맞았는데, 두 번 모두 해를 볼 수 있었으니 이것 만으로도 충분히 행운이라 생각됩니다.



아뭏든 일출사진을 찍었으니, 얼른 제주의 오름을 찾아 떠나야겠습니다.
김영갑 선생님께서 생전에 그렇게 자주 오르셨다고 지금 한껏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오름.
바로 '용눈이 오름'입니다.



처음 가보는 곳이라 등산로를 찾는 것이 무척이나 어려웠습니다. 물론 정확한 위치도 모르는 건 당연한 일이구요.
지도와 네비게이션을 동원하여 근처에 도착해보니 멀리 능선을 타고 하산하는 사진사가 보입니다.
딱 보는 순간 아..저기가 바로 용눈이 오름이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등산로 입구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입구의 여유공간에 너댓대의 차량들이 이미 주차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캐논의 TS-E 24mm 렌즈로 찍은 사진은 묘한 매력을 느끼게 합니다.
정상적인 틸팅범위를 벗어나게해서 찍게되면 렌즈의 주변부를 이용해서 찍기 때문에 발색또한 특이합니다.



약 15분 정도를 오르니 멀리 성산일출봉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뿌연 안개때문에 오늘 아침은 별로라고 말씀하시며 내려오시는 사진사님들의 말씀처럼
그리 좋은 조건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비가 내리지 않는 아침이었기에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밭 한가운데에 있는 무덤들이 처음엔 어색하게 보였지만,
이틀 밤을 묵었다고 이제는 제 눈에도 제법 익숙한 모습으로 자리잡았습니다




무덤을 빙 둘러 검은 현무암으로 돌담을 쌓아 놓은 것은 짐승들이 무덤을 헤짚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겠지요?
제주의 어디를 가나 봉긋한 오름과 푸른 목초들은 사람의 마음을 부드럽게, 그리고 편안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돌담과 주변의 오름이 참 잘 어울리는 풍경을 만들어 냅니다.
역시 돌이 많아 아름다운 제주도 입니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오름을 내려왔습니다.
왕복 30분이면 충분한 곳이기에 더 아쉽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일출을 여기서 맞아도 될 것을...
다음에 제주를 찾게되면, 용눈이 오름에서 아침을 맞아보고 싶습니다.



한껏 이슬을 머금은 풀들이 햇살을 받아 보석처럼 빛을 내뿜습니다.
손으로 톡 치면 후두둑 보석들이 떨어질것만 같은 느낌이 더욱 싱그럽게 만드네요.




용눈이 오름과의 첫 만남. 그 만남은 짧았지만 매력적이고 강한 첫 인상을 심어주었습니다.




아침 식사를 갈치조림으로 해결하고, 이젠 산굼부리로 향합니다.
마침 제주는 10월 중순이 되면 억새축제 기간이기도 합니다.
하얀 꽃을 피워 온통 은빛 물결을 만들어내는 억새는 10월 내내 제주 어딜 가더라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처음에 저는 산굼부리에만 멋진 억새밭이 있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군요.

가는 길에 만난 풍경입니다.



드디어 도착한 산굼부리. 역시 듣던대로 장관입니다.
어른 키를 훨씬 넘긴 장다리 억새밭은 바람이 부는대로 쏴~아 쏴~아 소리를 내며 흔들립니다.
하지만 갈대밭을 더 가까이 느끼기엔 굵은 동아줄로 둘러 놓은 울타리가 너무 야박하게 느껴집니다.
사람들로인해 훼손될 수도 있겠지만, 그냥 구경만 하라고 금을 그어 놓은 것 같아 아쉽기만 합니다.



굼부리.. 제주말로 분화구라고 하네요. 산위에 있는 분화구가 산굼부리라고 합니다.
정상에 가보면 이렇게 산 한가운데가 움푹 파여있고 그 속엔 무성한 숲을 이루고 있습니다.
물론 들어갈 수는 없습니다.



주변에 나무는 꼭 아프리카의 바오밥 나무처럼 생겼습니다.




사람들은 하얀 억새들 사이에서 추억을 남기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저는 그런 그들을 카메라에 담기에 여념이 없구요.
가끔 생각해보면 사진찍는 사람들은 참 재미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자연을 있는 그대로 느끼기 보다, 카메라에 담는 것을 더 먼저라고 생각하니 말이에요.
하지만 또 그냥 느끼기만하고 사진으로 담지 못하면 더 많은 후회를 할 것 같으니 어쩝니까?
어깨가 부서질듯한 무거운 카메라 가방을 둘러메고 다니지만 그게 즐거우니 또 어쩝니까?




처음엔 엄청난 장관을 볼거라 기대하고 찾았던 산굼부리였지만, 사진을 찍는 사람으로서는 조금 실망을 하였던 건 사실입니다.
어쨌거나 제주의 명소를 한번 둘러봤다는 것만으로 삼고서 어디선가 인상깊게 보았던 삼나무 숲길을 찾아 갑니다.
저는 이 곳이 비자림 숲길인 줄 여태 알고 있었지만, 비자림 숲길이 아니었습니다.
비자림 숲길 역시도 참 아름답고 멋진 도로이긴 하지만, 가로수와 함께 하는 전봇대와 전깃줄이 사진을 찍는 사람들에겐 많이 거슬렸거든요.

하여간 그 삼나무 숲길은 1112번 도로와 1131번 도로(5.16도로)가 만나는 곳에 위치한 곳인데 500여 미터가 이런 숲을 이루고있습니다.
스쿠터를 타고 제주를 여행하는 커플의 모습이 참 아름다워 보입니다.




시간이 있었으면 오름을 하나 더 올라보고 싶었습니다만, 다음을 기약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오후에 비행기를 타야하기 때문에 제주시 근처에서 마지막 촬영을 할 생각인데, 바로 조천이라고 하는 곳입니다.
그냥 지도로만 그 형태를 짐작하고 찾은 곳이었지만,  생각보다 아주 이쁘고 분위기가 있습니다.



멀리 시원스런 바다의 풍경과 억새의 풍경도 좋구요,




현무암 틈 사이로 피어난 강아지풀도 빛을 받아 아름다움을 한껏 뽐냅니다.
몇 시간 뒤엔 제주를 떠나야 한다는 것이 못내 아쉽기만 합니다.




아름다운 제주에서의 짧은 여행을 통해 조금이나마 제주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짧은 시간 동안 제주가 어떤 곳인지를 알기엔 너무나 부족하고 좋고 나쁨을 말씀 드리기는 힘든 일입니다.

조심스럽게 그 짧은 동안에 지극히 주관적으로 느낀 점이 있다면,
4차선 으로 잘 닦여진 해안 일주도로 주변으로 수없이 많이 생겨난 식당과 건물들이 한적함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져
15년 전에 찾았던 제주의 자연스러움과 여유로움이 많이 반감된 것 같아 아쉬웠구요,
또 너무 많이 만들어진 갖가지 박물관과 세트장은 개성은 없고 상업성만 짙어 보였습니다.
무슨무슨 박물관, 무슨무슨 조각공원 등 그냥 휙 둘러보고 나와야만 하는 곳들이 너무 많아서 무의미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외국의 유명 관광지처럼 더 좋은 아이템들을 개발해야만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유명한 관광지이긴 하지만 뭍에서의 식사보다 많이 비싸다는 점 등입니다.
물론 관광지라는 점을 들어 더 비쌀 수도 있기는 하겠지만, 한 끼 식사로 최소한 8천원은 있어야 간단한 식사라도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제주도가 부담스럽지 않은 곳이어야 찾고 또 찾을 수 있을 거란 생각입니다.

하지만, 세계의 다른 나라와 견주어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 훌륭한 자연유산이란 점은 분명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또 다시 찾고싶은 제주가 되도록 만드는 건 바로 우리들 자신이고 정책을 펼치는 사람들의 의지 입니다.

제주사람들의 후덕한 인심과 아름다운 세계자연유산이 한데 만나 세계 사람들이 찾고 또 찾고싶은 환상의 섬으로 늘 가슴 속에 남아있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