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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5시.. 대충 옷을 입고 세수는 건너뛰기로 했다. 처가 식구들이 깰까봐 옷 입는 것도 조심스러웠기 때문이다.
집앞에서 Seowoo가 기다리고 있다. 고속도로를 한시간 정도 달려 빠져나온 경주 톨게이트는 기와 장식의 커다란 톨게이트 구조물이
참 인상적이다. 외국인들 뿐만 아니라 타지의 관광객들이 찾는 천년 고도의 도시답게 멋드러진 모습이다.

보문호를 지나 엑스포 공원 입구에서 시풍형님과 형수님을 만날 수 있었다. 차의 뒷 문을 열고 나오는 Puco님도 반갑다. Puco님의 가족은
아직도 꿈나라에 가 있기 때문에 함께하지 못하셨지만 아침 식사시간엔 만날 수 있을 것이라한다.

보문단지를 지나면서 이어지는 꾸불거리는 덕동호 순환도로를 타고 감포로 달려갔다.
새벽인데도 꽤나 많은 차량들이 동해로 동해로 밀려가고 있다. Seowoo는 모두 감포로 사진 찍으러 가는 중이라고 한다. ㅋㅋㅋ

하늘을 보니 별도 반짝이고, 둥그렇고 깨끗한 달도 보인다. 날씨가 좋으려나...
드디어 멀리 바다가 보이고 감포읍 나정해수욕장에 다다른 일행은 동해안 바닷바람과 달리는 7번 국도를 타게된다.



어둠이 채 가시기 전 감포항 방파제에 도착했다. 단숨에 방파제 위로 뛰어 오른 Seowoo는 바람에 몸이 휘청인다.
정말 엄청난 바람이다. 하지만 방파제가 세겹으로 둘러쌓인 감포항은 파도가 잔잔한 편이다.
멀리 수평선 근처의 Gas 층 때문에 깨끗한 일출을 보기는 힘들겠지만, 날씨가 좋아 분명 일출은 볼 수 있을 것이다.
뺨을 때리는 바닷 바람에 너무 추워서 잠시 차에서 몸을 녹이기로 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이리저리 뛰어 다니며 사진 찍을 좋은 포인트를 물색하고 있다.



이윽고 수평선 부근이 취기 오른 뺨처럼 불그레 달아 오르기 시작한다. 사진 찍을 시간인 것이다.
방파제 사이로 고깃배가 한 척 지나가 주기를 바랬지만 강풍으로 출어하는 배가 없어 무척 아쉬웠다.





아쉬움을 느끼니 더 배가 고파진다. ㅡㅡ;
콩나물과 하얀 복어살이 가득한 따뜻한 복어 해장국에 밥을 말아 숫가락에 듬뿍 떠서 김치 한 점 올려 먹는 그 맛..
생각하니 더욱 허기가 느껴진다. ㅠㅜ

아.. 사진은 무슨 사진. 얼른 밥 먹으러 가고싶다. ㅋㅋㅋ

7시 40분. 수평선의 Gas층을 뚫고 태양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장엄하고 강렬한 일출은 아니지만, 수줍은듯 고개 내미는 그 모습이 첫 미팅을 나온 수줍은 여고생 마냥 귀엽다.




이리저리 사진을 찍고 드디어 식사시간.
시풍형님께서 미리 예약해 놓으신 복어 해장국집이다.
Puco님의 가족들도 도착을 했다. 든든한 두 아들을 두신 Puco님은 식사 안하셔도 배 부르실거다. ㅎㅎ

도시의 해장국보다 훨씬 양이 많고, 복어도 듬뿍이다. 배가 고파서인지 금세 뚝딱 해치워 버렸다.



식사를 마치고 아침 햇살을 받으며 고깃배 주변을 나르는 갈매기를 좀 달아볼 요량으로 다시 방파제 근처로 향했다.
하지만, 무슨 인심이 이리 야박한지 주차해 놓은 차를 빼라고 난리다. 식사한 집 바로 앞이 아니라 그런가보다.
사실 집앞도 아니고 도로의 건너편 수협건물의 주차장인데도 자기집에서 식사 하지 않았으니 차를 빼라는 건 억지다.

차를 옮겨 다른 곳에 주차를 했지만 또 그런다. 하는 수 없이 그냥 대왕암으로 가기로 했다.
감포식당..잊지 않으마.. ㅡㅡ+

대왕암에 도착하니 눈부신 태양빛을 머금은 파도들이 우리를 맞이한다.
이어서 새우깡 봉지를 발견한 갈매기들도 덤벼들기 시작한다. 갈매기는 새우깡을 너무 좋아해.ㅎㅎㅎ



커다란 노래방용 새우깡 두봉지를 준비해서 연신 하늘로 집어 던지니 수십마리..아니 수백마리는 되어 보이는 갈매기들로 머리위가 난리다.
감포항에서 보던 괭이갈매기의 절반정도의 작고 아담한 크기의 붉은부리갈매기들은 립스틱을 칠한듯 예쁜 입술을 낼름 거리며 잘도 받아 먹는다.



대왕암의 갈매기를 뒤로한 채 구룡포를 거쳐 호미곶까지 올라가기로 했다.
꼬불거리는 해안도로를 타고 바라보는 동해는 숨었다 내비치기를 연신 해대고 있지만 그 시퍼런 동해의 맑은 물결이
달리는 차를 휘청이게 할 정도로 세차게 몰아치는 바람에 하얀 포말로 부서지는 광경은 참으로 아름답기 그지 없다.
날씨마저 맑아 콘트라스트는 최대 절정이다.

고개를 넘어 내리막에 접어 들면서 펼쳐지는 양포항의 모습. 옆자리의 서우는 와~ 하는 감탄사를 내 뱉는다.
앞서가던 시풍형님차가 잠시 주춤하는 걸 보니 분명 앞차에서도 그 시원하고 아름다운 광경을 보느라 정신을 빼앗긴 게 분명하다.

그러면 그렇지. 양포항을 지나치지 않고 우회전하여 포구쪽으로 차를 돌린다.
양포는 감포보다 작은 항구이기 때문에 고깃배들도 그 규모가 작고 아담하다. 주변에 소나무들이 많아 일출 사진을 찍으러 오는
사진가들도 많다고 한다. 방파제 덕분에 배들이 정박해 있는 포구는 물결이 거의 없는 편이다. 수심이 5m는 족히 되어보이는 선착장의 바닷물은
그 바닥에 있는 불가사리들의 모습이 또렷이 보일만큼 맑다.



음력 9월 9일 용이 하늘로 날아 오르며 꼬리로 산을 쳐서 날아가 붙은 곳이란 전설이 있는 구룡포. 포항을 제외한다면 주변에서 꽤나 큰 포구다.
과메기 축제 때문에 시내에는 많은 차들로 붐비고 있었다.

이윽고 멀리 풍력발전기 한대가 보이고, 호미곶 해맞이 광장에 다다른다.
몇해 전 디미지클럽에서 정기 출사를 왔을 때도 이처럼 바람이 많이 불었던 기억이 난다.




파란 바닷물이 해안가 바위에 부딯히며 족히 7-8 미터는 튀어 오른다.
거대한 물보라는 무섭다기보다 스트레스를 날려주는듯 시원스럽고 아름답게 보인다.



 곧 서우가 카메라를 들고 모델로 자청하고 나선다. 우리의 기대주가 분명하다. 그런데 Puco님 둘째가 자기도 모델을 하겠단다. 이쁜 녀석. 얼른 가거라. ㅎㅎㅎ

모델들이 많아서 사진은 너무너무 멋지고 아름답게 연출된다.



모델을 하던 두 사람이 이제 돌아오려 했는데, 아까보다 물이 많이 불은거 같다.
서우가 먼저 건너본다.



이어서 Puco님 둘째가 건너는데...



저런 풍덩 빠지고 만다. 차가운 바람속이라 추울만도 하지만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









한참을 이렇게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갑자기 Seowoo가 열쇠를 잊어 버렸다고 말한다.
허윽.. 이게 무슨소리?
아마도 아까 대왕암에서 갈매기 찍을때 드러누으면서 열쇠가 모래밭에 빠진 거 같다고한다.

음.. 계획차질.
Puco님은 다시 감포까지 내려갔다가 경주를 거쳐 올라가긴 너무 먼 거리다.
둘러가는 거리가 족히 100km 는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점심은 모여서 먹기가 힘들게 되었다.
서둘러 나는 대왕암으로 향했다. 3-40분은 걸리는 거리지만 내심 마음이 급하다.
보이는 차들마다 연신 추월을 해가며 도착한 대왕암.
서우는 열쇠를 찾으러 뛰어나갔고, 나는 주차료를 요구하는 안내원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다.
앗..그런데..
아저씨가 열쇠 하나를 주워 놓았는데, 이거 맞냐고 한다.
'한국폴리텍대학 영주캠퍼스' 라고 쓰여진 열쇠고리가 눈에 띈다. Seowoo의 것이 분명하다.ㅎㅎ
이렇게 고마울때가.
관광객이 주워서 주인을 찾아 주라고 맞겨 놓았단다. 어떤 분인지 이 글을 혹시 보신다면 다시한번 고맙다는 말씀을 대신 전한다.
요즘처럼 이기적인 사회에서 아직도 우리의 인심이 살아 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서우는 긴장이 풀리는지 기분이 무척 좋아 보인다. 덩달아 나도, 시풍형님도, 형수님도 기분이 좋아진다.
주차안내원 아저씨께 담배값을 건네고, 경주로 식사를 하러 가기로 했다.

가는 길, 아침에 형님을 만났던 그 장소에서 시풍형님은 갓길에 차를 세우신다.
아침에 모자 두개를 잃어 버리셨는데, 차 문을 열면서 길에 떨어뜨리셨다고..
정말 길 건너편 갓길에 겨울모자 두개가 떨어져있다. ㅎㅎ

오늘 잃어버렸던 물건은 모두 회수했다고 즐거워하시는 시풍형님. ^^

경주 대릉원(천마총)앞의 한정식 집에서 거나하게 늦은 점심을 하고 헤어진 감포출사.

여러가지 에피소드가 많았지만 겨울 바다의 시원함을 잊을 수는 없을 거 같다.

이렇게 즐겁고 재미있는 단체 출사가 이번주말에 또 있을 거라 생각하니 이번 한 주는 즐거움이 가시지 않을 거 갔다.




마지막으로 시풍형님과 형수님께 다시한번 감사의 인사말을 전합니다.^^

함께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